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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3]서( S)평 쓰(S)는 선(S)생님

[SX3]최종 경고-6도의 멸종(Our Final Warning : Six Degrees of Climate Emergency)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 2021년...그리고 미래 학교의 환경생태교육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by Teachography 2022. 1. 16.

최종 경고: 6도의 멸종 서평시작!

 

 

1. 돈 룩 업

2021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처럼 불과 2주전에 개봉해 극장에도 걸려있는 최신 영화 하나가 넷플릭스에 찾아왔다. 2021년 마지막주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한 화제작인 '돈 룩 업'이다. 

 

곧 지구와 충돌할 혜성을 발견한 천문학과 대학원생 디비아스키와 천문학자 민디 교수가 지구멸망을 경고하고 대책을 마련하러 백악관에 가지만,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곧 있을 중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걸 보고 어쩔수 없이 언론을 찾아 혜성충돌의 정보들을 폭로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현대사회의 정치와 미디어, 대중을 향한 풍자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진행 때문에 혹자는 장르가 블랙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도 영화적 현실과 큰 틀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답답함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영화를 봤다고 할 정도로 이 영화는 뼈아프다. 

 

나는 그러한 풍자 가운데 거대 정보기술 기업 배쉬의 CEO 이셔웰이 혜성의 궤도를 변경시켜 지구와의 충돌에서 혜성을 비껴가게 만들기 위해 우주로 쏜 미사일 발사체를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고, 혜성을 지구에 부딪히게 놔두라고 결정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출처 : 넷플릭스 "돈 룩 업" 중에서

 

이셔웰은 혜성이 지구와 상당히 가까워졌을 때 굴삭기 로봇을 출동시켜 혜성을 30개 조각으로 분해하고 크기를 줄인 뒤 바다에 추락시키려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혜성을 지구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분해해서 충돌시키는 이유는 소행성 안에 있는 희귀광물을 획득하려는 탐욕 때문이었다. 그 희귀광물은 약 140조 달러의 경제적 가치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는 약 17경원. 영화에서는 전세계의 모든 기아와 빈곤, 불평등, 환경문제 등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큼의 가치라고 17경원을 묘사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30개로 나뉜 소행성 낱개의 파괴력을 지구가 충분히 견딜만한 수준이었냐 하면 당연히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소행성 조각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바닷가 근처의 도시들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나온다. 대표적인 나라는 칠레가 거론된다. 칠레는 이런 황당한 결정에 어떤 반응이었을까? 미국에게 '보상금'을 받기로 약속받고 동의했다는 뉴스가 영화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국토의 상당수가 파괴되며 누군가는 죽음에 이를것이 분명한데 돈으로 보상할테니 견디라고 요구하는 미국이나 돈을 받고 견뎌보겠다고 결정하는 칠레나 모두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 끔찍하고 소름돋는 것은 이같은 황당한 장면들이 영화적 상상력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현실이었더라도 전혀 벌어질 가능성이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이셔웰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셔웰은 마치 같은 지구가 아닌 저 높은 곳 어딘가에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내려다 보는듯한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다. 자신을 전능하고 무구한 존재로 상정한채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독한 탐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세계를 위한 일이라고 자기 행위를 뻔뻔하게 포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민망함에 멋쩍은 미소라도 지을텐데, 이셔웰은 아무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저것! 이셔웰의 그 표정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2. 최종 경고에 반응한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2000년도 이후 학교에서는 혁신교육에 대한 주요 주제들로 늘 '생태교육', '환경교육'을 중요하게 다뤄왔다. 환경오염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 다양한 수업들이 진행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학교숲 조성이나 텃밭가꾸기 혹은 농사짓기를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있으며, 생태적 위기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미래에 새롭게 어떤 직업들이 생겨날지를 알려주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정말 이러한 방향은 적절한 것일까?

 

돈룩업을 감상하고 난 지금, 지금까지의 '생태환경교육'을 되돌아보니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그 얼굴들에서 이셔웰의 깨름직한 표정과 비슷한 것들을 보게 되지 않을까하는 찌릿찌릿한 위화감이 내 마음 어딘가에서부터 피어나기 시작했다.

 

 

배쉬의 CEO 이셔웰에게 결여된 것은 한마디로 "나의 존재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진실된 감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세상이 나를 떠받쳐 주고 있고 나 역시 세상을 함께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인간이 바로 이셔웰이다.

 

이셔웰이 실패한 지점은 정확히 그 지점이지 않을까? 굴삭기 로봇의 결함률이 예상보다 많았다라거나 로봇간의 동기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폭탄이 동시에 터지지 못했다라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그리고 지구와 우주에 대한 사랑이 끔찍할 정도로 부족했던 것이 진짜 원인이 아닐까?

 

이셔웰은 소행성에 있는 희귀광물의 경제적 가치가 140조 달러라고 계산하였다. 영화 속에 나오는 약 140조라는 계산은 과연 제대로 된 계산일까? 소행성의 지름이 10km정도니까 30조각으로 분해한다고 해도 몇 백미터 지름을 가진 돌덩이일텐데 그게 총알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지구에 떨어지는 상황이다. 소행성이 추락한 반경 몇 십, 몇 백미터의 생태계는 완전히 괴멸할 것이 뻔한데, 이와 관련된 비용은 얼마로 책정되었을까? 혜성충돌에 따른 충격파와 쓰나미로 근처 도시는 초토화될 터인데, 한 나라의 국토와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비용은 또 얼마로 책정했을까? 분명 누군가는 충돌의 여파로 사망하게 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는데, 만에하나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그 보상금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지급할 생각이었을까? 140조 달러라는 경제적 가치 계산에는 과연 지구의 파괴, 일부 문명의 파괴, 인간의 사망 등에 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긴 한 걸까?

 

 

요즘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태환경교육'을 돌아보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독할 정도로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출처 : 국제뉴스

 

학교텃밭을 예로 들어보면 자연과는 거리가 먼, 너무도 인위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텃밭이라고 하면 땅을 고르고 화학거름을 뿌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이 원하는 식물을 단일종만 선별하여 오와 열을 맞춰 심는다. 사이사이 자라나는 잡초는 제거의 대상이다. 이름부터 잡초라고 전부 퉁친다. 인간이 선택한 식물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전부 다 뽑아 버린다. 잎이나 열매, 씨앗같이 원하는 것을 수확하고 나면 이제 텃밭은 전부 갈아엎어지고 아무런 생명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걸 보고 자연이라고 해도 되는걸까? 자연은 단일종만을 줄을 맞춰 키우지 않는데도 말이다. 또한 자연은 인간이 관리하기 편하도록, 수확하기 편하도록, 보기에 깔끔하도록 하는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니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가 바로 자연이다. 수많은 종류의 식물과 곤충, 동물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것이 바로 자연이다. 생태숲을 조성한다면서 인간만을 위한 길을 내고, 그 양쪽으로는 단일한 종류의 식물들만 줄을 맞춰 심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인간적이다. 

 

이런 것을 '생태환경교육'이라고 여기며 자란 아이들이 과연 이셔웰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생태계의 파괴에 대해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여 희귀광물 140조 달러를 얻는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손해라는 계산을 해 낼 수 있을까? 소행성을 회수하기 편하도록 30조각으로 최소한으로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여  300조각 - 3000조각으로 분해하려는, 아니 애초에 한 사람도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소행성이 지구를 완전히 비껴나가게 하려는 결정을 해 낼 수 있을까?

 

'생태교육'이라면서 인간이 정한 식물 하나만을 줄맞추는 교육으로는 어려울 것만 같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태어나는 감각들을 온전히 발달하게 도움을 주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생태환경교육'이지 않을까? 그럴 때만이 자기 감각들을 활짝 열고 세계와 내가, 지구와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공존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3. 인간 중심 사고에 의한 발전하는 기술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결국 '매트릭스' 아닐까?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에서는 기후변화에 관련하여 현재와 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고 할 때 인류와 지구가 겪게 될 일들을 다양한 논문들을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아직은 전부 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뭔가 변화하자고 읍소한다. 

 

그런데 일부 기술 낙관주의자들은 과학 기술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는 걸 알린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성층권에 황산염을 퍼뜨리는 것 같은 지구공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여 얼음이 녹고, 뜨거워져 살 수 없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학적으로 햇빛을 가져버리자는 연구이다. 

 

햇빛을 인위적으로 가려서 지구를 식히겠다니... 이거 완전히 '매트릭스'이다. 태양열로 자가발전하는 기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태양을 인위적으로 가리면서 결국 기계의 완전한 노예로 전락해 버린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로 그 매트릭스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앞으로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6도의 멸종을 쓴 필자같은 경우는 인위적으로 지구공학에 의해 지구를 변화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영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져서 지구의 기상 시스템을 인간이 직접 조작하는 것이 마치 '파우스트의 거래'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 중심 사고에 의해 발전하는 기술은 결국 그 '파우스트의 거래'를 근미래에 성사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매트릭스'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2022년 혁신교육이 더욱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중요한 가치에 매몰되게 하는 교육은 위험한 것일 수 있다. 자연을 소모시키고, 망치는 인간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있음으로 해서 자연에 더욱 생기가 넘치고 번성할 수 있게 힘쓰는 인간과 그런 문화를 꽃피우는 '정신'이 찾아오도록 이제 교육이 그렇게 혁신할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