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다소 무례한 일이지만, 한마디로 성격과 내용의 규정이 가능하다. 여성이 여성의 문제를 스스로 주체가 되어 해결하면서 자기실현을 해 나간다라는 페미니즘 동화. 그것도 상당히 노골적인! 끝...이면 안되려나....
사회가 진보하며-개인의 인권이 신장하며-좋게 말해 개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전세계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크게는 20여년전이나 10여년전에서부터 불과 3년쯤전까지 이른바 "페미니즘"의 광풍이 휘몰아쳤었다. 내가 광풍이라고 힐난하는 듯한, 또는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지는 단어를 페미니즘의 앞에 붙인 까닭이 있다. 그건 바로 강제로 입을 다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남녀 구분이라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경계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발언의 자유를 무한히 확장해 나간 반면, 다른 한쪽은 각종 수단을 통해 발언을 억압받았다. 일종의 "자격"이 있어야만 맘놓고 발언이 가능했던 시기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한 5년전부터 사회시스템이 반대 극단으로 곤두박질쳤다. 극우라고 불리는 정치집단의 부상과 함께 사회가 경직된 분위기로 무섭게 흘러가는 흐름이 강해진 것이다. 어떤 말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이 필요하다는 기본전제는 그대로였지만, 그 자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달라지게 되었고 그렇게 페미니즘은 어느새 공론의 장에서 상당히 주변화되었다.
2025년 11월 현재... 앞선 이유로 인해 페미니즘은 꽤나 어색한 말이 되었다. 나에게는 최소한 그렇다는 말이다. 이 와중에 페미니즘 동화책을 만나게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뭔가 다채로운 생각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파시즘이 되살아나려는 지금 이 시대에... 페미니즘은 파시즘을 타파할 수 있는 에너지를 우리 사회에 공급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오히려 파시즘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게 될까....
지금 우리 교실은... 내가 담임을 하고 있는 교실에서도... 극우세력의 준동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며, 그들의 언어를 놀이인양 사용하며 낄낄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파시즘 전사 양성이라는 극우세력의 프로젝트가 내 눈 앞에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페미니즘의 언어는 어떤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킬지... 너무도 상상이 잘 되어 두렵다.
이 책.... "보건실에는 마녀가 필요해" 가 5년만 빨리 이 세상과 만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아니면 5년쯤 후에... 그러니까 파시즘의 부활이 확실히 좌절된 후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그러면 나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솔직히... 용기가 나질 않는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