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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X2]선(S)생님의 시(S)선

[SX2]최악의 교감이 또? 수행평가는 객관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by Teachography 2024. 6. 19.

  내 세계관 안에서는 최악의 교감이 살고 있다. 이 교감을 별칭으로 부르는 것에 특별히 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나의 에세이 에피소드에 등장시키기 위해 "최악의 빌런", "최악의 악마", "나를 한번 죽인 사람" 등으로 명명한 것이다. 내 에세이의 등장인물이니 내 감정을 듬뿍 묻혀서 그렇게 부른들... 무슨 상관이랴... 물론 그 에세이라는 걸 지금 오픈된 공간인 이곳 티스토리에 쓰고 있으니... 완전히 상관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 자도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교감일 수 있기도 하거니와 어쨋든 최소한의 배려를 해 주는게 맞다는 판단이 있으므로 "내 세계관 안에서는"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바이다. 내 세계관이 일그러져서 내 세계관에 들어온 저 자가 일그러져 보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 앞으로 새로운 인연이 찾아와 최악의 악마가 바뀔지도 모를 일이나 어쨋든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 사람이 최악의 교감이 된 것은 지난 글(포스팅)에서 언급한 사건 때문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방과후에 교감이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하나 받았다며 내 교실로 날 찾아왔다. 작년 담임인 내가 교과서 진도를 나가지 않아 진단평가 점수를 낮게 받았다는게 민원의 주요 내용이었다. 교감은 민원을 접수한 후 나에게 찾아와서 다른 수업하지 말고 "교과서 진도를 그대로 나가기만 해라."라는 명령을 하고 떠났다. 교과서 진도를 그대로 나가기만 하라는 명령이 시대착오적이며, 담임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갑질이기 때문에 최악의 교감으로 나의 세계관에 자리매김한 게 아니다. 최악의 교감이 된 결정적이고 유일한 하나의 이유는 바로 가장 먼저 했어야 하고 당연히 했었어야만 하는 하나의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일이란 다름아닌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민원에 대응하여 교과서 진도를 대신해서 무슨 수업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게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던간에 절대적인 시작점이 되었어야만 했다. 어떤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데 그런 방식과 그런 내용의 수업은 어떤 문제가 있어보인다... 라는 것으로 대화가 구성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다음 어떻게 개선해 나가거나 무엇을 보완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들이 이어질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교감은 괴기스러운 명령을 하고 떠난 그 날... 아니 그 후로도... 어쩌면 평생...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않았고 수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실제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것은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마치 민원을 조속히 해결했다고 하는 자기위안을 얻고 혹여 자기한테 피해가 오지 않도록 하는것만 중요하다는 듯 말이다. 심지어 관리자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말까지 뱉어내며 협박했다.
 
"민원에 의한 감사나 조사가 들어오면 교장과 교감은 절대 교사편을 들어주지 않을건데 혼자서 감당할 수 있겠냐"
 
...... 이런 사람이라서......
최소한... 내 세계관안에서는 그는 최악의 악마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최악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학업성적관리위원회

 
  학교에는 논의와 의결기구로서의 각종 위원회들이 있다. 나는 그 중에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소속이다.  무더운 6월의 한날.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다. 논의의 주제는 1학기말 통지표 관련 내용이었다. 학부모에게 보낼 통지표에 어떤 내용을 기재하여 보내면 좋겠냐는게 주요 안건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교과발달상황에 대한 내용을 통지표에 어떤 방식으로 넣을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었을 때 발생하였다.
 
소주제에 대하여 학년별로 돌아가며 모아진 의견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이렇게 발언을 하려고 했다.
 
"우리 학년은 처음에는 교과발달상황을 수행평가 결과만 표시해서 보내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수행평가 결과가 거의 다 "상"으로 기록될 것이라 성적표의 의미가 별로 없고, 그렇다고 중-하로 평가를 완료해서 보내는 것도 민원 응대 등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기존대로 교과발달상황은 서술형으로 적어서 가정에 보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발언을 하던 중 갑자기 교감이 끼어들었다. "수행평가 결과가 거의 다 "상"으로 기록될 것이고" 라는 말을 이제 막 끝냈을 때였다. 
 
"아니 선생님. 수행평가 결과를 모두 "상" 으로 하는 것은 말이 안되죠."
"수행평가가 """객관성"""이 있어야지 모두 "상"을 주는 것은 수행평가의 취지에 맞지 않죠."
라고 내 말을 막았다. 나는 차분하게 답했다.
 
"수행평가를 딱 1회만 실시해서 끝낸 후 그 때의 결과만을 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재지도한 후 다시 평가를 실시하여 "상"에 도달하도록 하면 모두가 "상"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나의 답변이 이어지자 교감은 "말도 안되는 궤변"을 시작하였다. 나는 그 순간 다시 떠올렸다. 최악의 악마가 나에게 찾아온 바로 그 날을. 그 날도 그랬다. 처음에는 배려의 말로, 따뜻한 말로 나에게 충고하듯 웃으며 말했지만 내가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자... 순간 돌변하여 "감사가 들어오면 교감은 나몰라라 할테니 니가 다 책임져라."라는 협박과 갑질로 나를 찍어 누르려 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자신의 말을 즉각 받아들이지 않자... 악마는 돌변하였다.
 
"수행평가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지요. 수행평가가 어떤건지 잘 모르세요?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을 주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 ...물론 상대평가는 아니지만... 잘한 아이들은 "상"을 받고 그보다 못한 아이들은 "중"을 받고 쭉 결과가 나와야지요. 중학교랑 고등학교에서도 수행평가를 그렇게 하고 있잖아요. 초등학교만 객관적이지 못하게 모두에게 “상”을 줘서 중학교, 고등학교랑 다르게 평가한다고... 우리 학교만 학생 모두에게 "상"을 준다고 신문에 나오면 뭐라고 답변할 건가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시험과 점수 중심의 지필평가, 점수에 따른 한줄 세우기 평가, 결과중심평가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과정주심평가, 역량중심평가, 수업-평가의 일체화로 수행평가가 도입된 것인데... 뭐라고? 객관적이어야 하는게 최우선이라고? 동일한 제한 시간을 주고 같은 문제를 해결하게 해서 한줄세우기를 해야 공정한 거라고? 물론 객관성을 추구할 수 있고 최대한 추구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수행평가의 첫번째 절대조건이 객관성은 아니지 않는가? 더군다가 객관성이라는 것이 줄세우기를 위한 것이라면 그 객관성을 객관성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듣고 있는거지? 이 사람은 뭐지?
더군다나 저런 헛소리를 당당하게 뱉어내면서 수행평가가 뭔지도 모른다고 나를 나무라고 있다고?
 
 
나는 아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고래는 물고기라고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사람이 포유류의 생태에 대하여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따지듯 묻는다. 왜 자꾸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느냐고 말이다. 발표자는 말한다. 포유류의 정의에 대하여. 그리고 고래의 특징에 대하여...
 
발표자가 곧바로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자 이 사람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고래는 어류야!!!! 물에 사니까 물고기라고~~~!!!!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할까? 처음에는 차분히 어류와 포유류의 분류법에 대하여 설명해 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심지어 자신의 지위를 위용하여 직권을 남용하고 갑질을 한다면?
 
아마 결국에는 그냥 상대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논의의 주제에 벗어나므로 따로 말씀하시죠

 
  사실 모든 아이들의 수행평가 결과를 "상"으로 주는 것에 대한 합리적인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도 다양한 문제점에 대하여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실제로 그래서 우리들은 수행평가 결과위주의 통지표 작성을 반대하는 의견을 모았다. 애초에 발언의 내용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뭘 그렇게 헛소리를 늘어놓을까...특히나 한국말을 끝까지 들어보라고 했는데..
 
좋은 비판에 참여하는 것은 행복이다. 하지만, 헛소리에 대응하는 것은 고역이다. 더군다나 헛소리를 하는자가 그래서 니가 뭘 어쩔 수 있는데... 라는 태도로 갑질을 한다면 고역을 넘어 지옥이 된다. 이미 현 시점의 한국사회는 그러한 감정을 나라 전체가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교감의 헛소리에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수행평가에 관한 교감선생님의 말씀에 저도 드리고 싶은 말씀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논의하는 주제를 벗어나는 이야기이므로 드리지 않겠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따로 말씀나누시지요.
 
그러나나나!!! 나의 정중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교감은 마지막 댓글을 남기고 자신이 승리했다고 정신승리하는 악플러처럼 자신의 승리를 확정짓기 위해 마지막 멘트를 나에게 건냈다. 그 말도 가관이다.
 
학급 내에서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는 선생님 자율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계속 기회를 줘서 모두 "상"을 주어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통지표는 공문서입니다. 학교장이 결재하여 학부모에게 나가는 공식문서입니다. 공식문서는 객관성있는 평가결과만 (평가 결과를 정량화해서 서열화 한) 나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나는 하지 못했던 우리 학년의 나머지 의견을 전달하고 내 순서를 마무리했다. 교과발달상황은 수행평가가 아닌 서술형으로 기재해서 학부모에게 제공하자고 말이다....
 
 
 
p.s 회의가 끝나고 어디를 가던 길에 회의에 참석했던 선생님 한분을 만났다. 나의 기분이 언짢치 않았냐며 위로하시길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가르치려고 들어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빨리 (교장으로 승진해서) 나가야 하신다잖아." 라고 위로하신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모든 민원에 예민하고, 예전 사건의 여파(이 선생님이 알고 계신게 신기했다. 나는 말한적이 없는데... 여기저기에서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궁금하긴 하다. 나의 입장에서의 소문을 들은 걸까? 교감의 입장에서의 소문을 들은 걸까?)로 나의 말에는 조금 과민반응을 한 것 같다고 하신다. 
 
나를 위로한 선생님과 헤어지고 생각한다. 저런 사람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는 지옥이겠구나... 그래서 대한민국의 학교 중 그렇게 지옥이 많은 것이구나...
 
다시금 대한민국 공교육 이른바 승진시스템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끝.